인생은 장르 불명의 드라마

두번째 회사에서의 2년

스물세 번째 별 2021. 1. 27.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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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회사와 달리 무언가를 제조하는 곳이 아닌 기업의 기술을 평가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곳이기에 낯설었다.

하지만 첫 회사와 달리 OJT가 있었다.

신입 교육이 2일에 걸쳐 끝나고 바로 실전에 투입되었다. 물론 오래 있던 사람만큼의 양을 주진 않지만, 곧바로 투입하였다.

육체적인 노동을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실사보고서와 재무제표등을 바탕으로 기업의 기술신용평가서를 작성하는데, 하루에 하나의 업체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에, 생각보다 많은 체력을 필요로 했다.

회사내의 사람들은 모두 젊었고, 그로 인해 시너지가 나와 비록 연봉은 작지만 전 회사와는 달리 책임전가나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연봉을 제외한 모든 것이 완벽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진...

입사한지도 어언 1년 3개월이 되던 시점 외부감사가 끝나고 문제가 생겨 내부감사가 진행되었다.

감사기간도 약 2개월....

감사결과 관리직이었던 실장 한 분이 면직을 당했고 그 밑에 팀장은 정직을 당했다.

내부 실권을 가지고 있던 실장이 없어지면서 분위기는 어수선해 졌지만, 회사는 어느덧 성수기를 맞아 그러한 내부 사정에 신경 쓸 도리가 없었다.

솔직히 비수기에도 물량이 많아 힘들었던 터라, 다들 연차를 몰아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연차를 잘 안쓰던 나지만, 하루에 쓸 수 있는 보고서의 양이 평균 10개였는데, 10개 이상으로 보고서를 썼다.

다른 동료가 연차를 쓰고 부재중이다보니 당일날 발급완료되어야 하는 보고서는 다 나가야 했기에, 사람이 적을수록 해야할 일이 많았다.

솔직히 나한테 주어진 일만 다 하고 집에간다고 해도 누가 뭐라할 사람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회사가 잘 되어야 나도 잘 될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고 나야, 연봉협상 테이블에 가서도 내가 이렇게 많이 했는데 연봉 더 올려줄수 없는지에 대해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이때부터 개인적인 기록을 갈아 치워, 일일 최고치 17개의 보고서를 작성하기에 이르렀다. 더 쓰고 싶었지만, 최고기록을 달성하고나서 신입교육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때부터는 보고서의 양은 3~4개 정도 쓰고, 신입분들의 교육을 담당했다.

개인적으로 자랑하고 싶은 부분은 팀장이 아니라 하루에 보고서 17개 쓴 부분이다. 다른 평가사들 대비 시스템이 좋지 않은데, 그 와중에 보고서 17개를 썼다는건 지금 생각해도 미친짓이고, 지금 17개를 쓰라고 해도 두번 다시 그 숫자 근처까지도 못갈것 같다.

개인적으로 팀장이 된건, 내 의지와 상관이 없었다.

연차자들이 많고,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들어 해서 내 분량을 다 쓰고나서 다른 사람들꺼 뺏아서 보고서를 써서 그날 나가야 할 보고서를 다 채웠을 뿐인데, 그걸 위에서는 좋게 봐주셨고, 교육담당이 된 후에도 야근하면서 보고서 작성하는 것 또한 좋게 봐주셨던 것 같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라, 그 다음이 문제였는데, 본부에 직원이 100명, 팀이 7개다 보니, 본부장 주고나으로 팀별로 회식을 하는데, 소속팀 회식이 아닌데도 본부장이 퇴근하면서 같이 가자고 데리고 갔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친하게 지내던 직원들이 등돌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필요이상으로 열심히 한다는 것이 아니었나 했는데, 추후에 알보고니 K실장이 나와 비교하며 열심히들 하라고 했던 것 같다. 그것도 내가 정시퇴근 한 날에...

어차피 회사는 일을 하기 위해 모이는 곳, 실적과 성과가 우선이고 그다음이 인간관계인데, 나로 인한? 굳이 따지면 나로 인한 건 아니지만, 그렇게 멀어졌다. 물론 중간에 가까워질 기회가 있었고, 조금 나아지고 있는 시점에...

'팀장'이 되었다.

그로 인해 완전히 갈라서게 되었고, 오히려 내가 한자리 차지하기 위해 회식자리를 찾아다녔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사실이 아니기에 대응할 가치도 없었다.

반면 가장 친하게 지내던 직원들은 돌아 섰지만, 새로운 직원들이랑 가까이 와 줘서 그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게 되었다.

근데 문제는 본 소속의 팀장이 된 것이 아니라, 기획과 지원을 담당하는 곳의 팀장이 된 것이다.

소속팀에 있다가 소속팀의 팀장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승진인데...

본부장이 타소속의 팀장자리에 앉혀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첫 한달간 가장 힘들었던 것은, 팀원들이 나를 팀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다.

팀원들과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을 했고, 아침 저녁으로 회의를 통해서 그들이 해야할 일과 진행 정도를 보고 받고, 일 하는데 있어 불편한 것들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한달이 지나자 팀원들이 자연스레 팀장으로 인정해주었다.

기획, 인사, 총무, 회계, 영업지원 등 생각보다 할 것이 많은 부서지만, 문제는 해도 티가 나지 않는 것이 단점이었다. 티가 나려면 답은 하나, 어딘까 펑크가 나면 컴플레인으로 티가 난다는 것?

아이러니하게도 기획팀이라는 것은 그런 팀, 모두가 일하는데 있어 불편함 없이 굴러가게 해야 잘하는 팀, 그렇지만 그걸로 칭찬받지는 못하는 팀.

각자 맡은 업무에 충실히 하였고, 아무 이상없이 잘 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본부장의 생각은 다른 듯 했다.

본부장이 회사 내부에 손을 대기 시작하면서, 회사는 다시 어수선해졌다.

정확하게는 나를 팀장으로 앉히는 것부터 손을 대기 시작했지만, 유독 11월이 되어서 더 심해졌다.

특히 본인과 의견충돌이 있다는 이유 하나로, 실장직을 해제하거나 타팀으로 이동시키곤 했다.

그로 인해 퇴사하는 자들도 있었고, 퇴사는 하고 싶으나, 성과금을 받고 나가겠다고 버티는 직원들도 있었다.

나 역시 퇴사 생각은 없었지만, 타 팀으로 인사발령 대기자 중 하나였다.

말도 안되는 논리지만, 팀장들끼리 돌아가면서 그 직무를 해보라는 이유에서 본소속의 팀장자리로 인사대기 중이었다.

그러던 중 위에서 언급했듯이, 실장 한분이 직위해제가 되면서 그 자리로 가라고 하였다.

이는 본부를 자기 뜻을 거스르지 않는 사람들로 두겠다는 뜻으로 받아 들여져, 완강히 거부했으나, 완강히 거부당했다.

거부하는 뜻을 밝히는데도 그자리에서 다른 K실장과 본인들 할말만 하더라...

정말 가수 '거미''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이 생각나서 첫 소절을 부르고 싶었다.

첫 소절이..."듣고 있나요~ 나의 이 모든 얘기를~"

얼마나 내가 말하는 것을 안들었으면 이 노래가 떠올랐는지....

이 얼마나 말도 안되는 상황인가...입사한지 2년만에 실장자리로 올라간다?

물론 승진은 하고 싶다. 직장인이라면 승진은 꿈이다. 그러나 이렇게 갑작스럽게 실장을 달기에는 아직 내 스스로 판단하기에 그릇이 아니라고 판단되었다.

나의 그렇게 실장 발령 대기가 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전 회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분이 같이 작은 회사지만 그 회사에가서 사업을 같이하자는 제안이 들어왔다.

'지금 생각하면 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어쨋든, 조건이 연봉상승도 있었고, 집이랑 가까웠고 향후 20년을 봤을때 더 성장할 수 있을 것 같아 실장 발령 대기중이었지만,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퇴사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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