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장르 불명의 드라마

퇴사 후 한 달

스물세 번째 별 2021. 1. 26. 00:15
728x90
SMALL

어딘가 약속되지 않은 퇴사는 생각보다 홀가분하고 속이 시원했다.

이제 그런 일들을 안봐도 되서 시원했다.

그러나 그러한 시원함은 오래가지 못하고 불안감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곳에 취업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

그래서 집에다가는 얘기했다.

"딱 1달만 쉴게~"

그 선언과 함꼐 집에서는 건들지 않았지만 내 스스로가 나를 재촉하고 불안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교때부터 방학때 집에서 집안 청소나 빨래를 했었는데, 백수가 되니 집안일에 눈이가기 시작했으며,

점심을 해보기 시작하였다.

간단하게 해먹을 수 있는 요리를 배우고 싶어서, 간단한 요리부터 시작해봤다.

누구나가 다들 자신있겠지만, 라면은 이제 수준급이다.

물의 양은 눈으로 어림잡을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그리고 도전해본 김치 볶음밥.

처음엔 성공적이었다.

그 다음날 점심도 김치볶음밥...

근데 이번엔 단순한 김치볶음밥이 싫어 스팸을 넣은 김치볶음밥을 해보고자 했다.

양이 어느정도 인지 감이 안와서, 스팸 큰 것을 통째로 꺼내 냄비에 삶았다.

그리고 꺼내 모조리 깍둑썰기를 하는데...

"아뿔싸..." 뭔가 잘못되었다. 양이 생각보다 많았다.

김치를 미리 썰어놨는데 더 썰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김치볶음밥...

동생이 보더니, "스팸김치볶음밥이야? 아니면 스팸을 볶았는데 김치랑 밥이 들어간거야?"

"ㅋㅋㅋㅋㅋㅋ"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내가 봐도 이건...정체를 알 수 없는 김치볶음밥의 탄생이었다.

"김치볶음밥이야, 남기지 말고 다 먹어" 

스팸이 많이 들어가면서 김치도 많이 들어가고 그에 맞게 밥도 많이 들어갔다.

2인분을 생각하고 만들었는데 결국 나온 양은 3인분...

둘이서 정말 배터지게 먹었다.

그리고 다음날...

또 김치볶음밥을 만드는데, 걸려온 전화 한통...

사람인의 이력서를 보고 연락했고, 면접볼 의향이 있냐는 전화였다.

차마 지금 김치볶음밥 만드는 중이니 나중에 달라고 할 수가 없어,

"지금 작업중에 있어서, 관련 자료들 메일로 보내주세요"라고 했다.

3일 연속 김치볶음밥을 먹고난 후, 메일을 열어보았다.

그 회사의 소개 자료와 제안한 포지션.

전공과는 무관한 금융권회사였다.

기업규모는 약 300여명, 매출액은 500억 정도 그럼에도 중견기업이 아니라 중소기업으로 분류되어 있었다.

아무튼, 집에서 쉬는 것보단 면접을 보러가기로 했다.

집에서 지하철 타고 1시간 거리에 있는 곳이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으면 취업이 될리가 없겠지 싶었고, 간만에 집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래서 면접을 보겠다고 회신하였고, 그렇게 퇴사한지 2주만에 면접날짜가 잡혔다.

면접시간은 오후 2시

시간이 너무 애매해서 점심을 먹고 집에서 일찍 출발했다. 지하철이 바로와서 타고 갔더니 1시간 일찍 도착해서, 근처 스터디카페에 들어갔다.

스터디카페에서 면접을 따로 준비하기 보다는 가지고 온 책을 읽었다.

"부의 추월차선"

카페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책이 술술 넘어갔다.

그리고 면접시간이 다 되어서 회사로 향했다.

어쩌면 2번째 회사가 될지도 모르는 회사.

면접은 3대 1로 진행되었다.

주로 전 직장에서 하던 일과 그 장비에 대한 처리공정을 물어봤다.

그 외에는 크게 물어보는 것이 없었고, 면접 분위기도 좋았다.

면접이 끝나고 나오자, 느낌이 왔다.

'여기 합격이다.'

그렇게 집으로 오면서 합격의 느낌을 여자친구와 주변사람들에게 알렸다.

지하철로 3정거장까지 밖에 안갔는데, 합격 문자가 날라왔다.

'세상에...뭐 이리 빨라?'

필요 제출서류 리스트가 왔고, 입사 날짜는 인사팀에서 연락이 갈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두번째 회사가 확정되었다.

반응형
LIST

'인생은 장르 불명의 드라마' 카테고리의 다른 글

6번째 문 그리고 출구  (0) 2021.05.04
5번째 문 그리고 휴식  (0) 2021.01.29
3,4번째 회사  (0) 2021.01.28
두번째 회사에서의 2년  (0) 2021.01.27
첫 직장에서의 3년  (0) 2021.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