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장르 불명의 드라마

첫 직장에서의 3년

스물세 번째 별 2021. 1. 25.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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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장님이 오시고나니 좀 편할 듯 싶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직종에서 오래 있다 오셔서 그런지 용어에 대해 많이 낯설어 하셨다.

그리고 한달 뒤 대학교 동기가 후임으로 들어왔다. 내 추천으로 들어왔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7월과 8월에 두사람이 들어왔는데 하필 연구과제 보고서 제출일과 겹치다보니 본의 아니게 더 바빠지게 되었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는가, 시간이 지나면서 일을 나누어 하다 보니 좀 편해졌다.

밑에 후임을 2명이나 더 뽑으면서, 연구소의 인력이 늘어나고 회사 매출도 늘어나고 분위기도 좋았다.

사장아들이 복귀하기 전 까지는...

군대를 늦은 나이에 가서 나보다 나이는 많은데 늦게 전역을 했다.

처음에는 괜찮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책임전가는 물론이거니와 일이 잘못되었을 때 먼저 바로 잡는 것이 아니라 누구의 잘못인지부터 찾는것이 아닌가.

소리지르는 것은 기본이고 사장과 싸우기도 하더라.

알고보니 여기말고 다른 곳에서 일해본적이 없더라.

그가 돌아오고 그의 행동을 이해 못하는 사람이 늘어가기 시작했고, 결국 연구팀 막내가 퇴사했다.

그러던 어느날, 영업을 가서 파일럿 테스트 장비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

전날 테스트 하고 이상 없는 것을 확인하고 영상까지 찍어놨는데, 그가 나에게 내가 잘못했다고 하더라.

결국 사장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영상을 보여줌으로써 사장과 그의 아들이 싸우게 되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그랬던가, 1시간 정도 지나자 사장이 나에게 불러 내가 잘못했다고 얘기를 하더라.

장비에 이상이 없고 전날 테스트 영상까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 잘못이 있다고 한 얘기에 빈정이 상했다.

홧김에 퇴사까지 생각을 했으나, 입사 전과 비교 했을때 내가 스펙적으로 나아진 것이라고는 연구과제 경험과 경력이 늘었다는 것 외에 별다른 것이 없다고 느껴, 자격증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기존의 기사자격증이 있었지만 다른 기사 자격증을 공부해서 취득하면 이 회사를 퇴사하고자 했다.

그렇게 1년 뒤 자격증 취득을 했다.

퇴사를 하자니 경력이 2년 10개월이라는 애매한 숫자가 되어, 3년을 채우기로 결심했다.

그 동안 사장아들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고, 자격증을 따는 그 1년동안 밑에 후임은 한명이 나가고 한명이 들어와 총 2명이고, 내 위에 계셨던 부장님은 퇴사를 했다.

내 첫 직장상사였는데 막상 퇴사하신다고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많은 면에서 도움을 받았는데 이렇게 가신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헤쳐나갈지 걱정이 되었다.

시간이 흘러 11월, 이미 3년이라는 기한을 채웠지만, 일이 어렵거나 사장아들과의 문제도 없어서 잘 다니고 있었다.

그 사건이 있기 전까지...

퇴사했던 해의 연초 공기업에서 의뢰가 들어와서 수증기에 대하여 처리가 가능하냐는 문의가 들어왔다.

파일럿 테스트 결과 적정량의 10배이상의 장비가 들어가야 가능하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드렸다.

그러나 사장은 수증기는 인체에 무해하고 증기 형태로는 겨울에만 보인다고 강제로 진행하였다.

논문과 연구자료들을 보여주며 안된다고 하였으나, 결국 그 시공은 진행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공사에서 저는 손을 떼겠다고 하여, 장비 용량 계산 등에서 제외되었다. 바로 밑에 후임이 맡아서 진행하였다.

시공 후 역시나 여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었는데, 겨울이 되니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장비가 잘 작동이 되지 않아 수증기가 배출이 된다는 것이다.

결국  터질것이 터진 것이다. 물론 확고한 신념이나 확고히 믿는 것이 있으면 강하게 밀어 붙이는 것이 대표의 역할이긴 하다. 그러나 이것은 확고히 믿기엔 결과가 너무 뻔한 것이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퇴사를 결심하였고, 사직원을 올렸다. 인수인계를 포함하여 퇴사는 한달 뒤로 잡았다.

물론 회사에서는 잡으려고 노력을 하였으나, 지금까지 해온것들을 봤을때 사장아들과 부딪히지 않을 수 없었고, 대표의 근자감에 의한 영업이 계속 될 것이고, 위에 상사가 없어 내가 더 이상 배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어 퇴사를 강행하게 되었다.

그렇게 퇴사 당일, 해방감을 느꼈다. 물론 어느 업체로 갈지 정한건 없었다.

막연히 퇴사한 것이다.

일단 한달은 쉬자는 생각으로 그렇게 짐을 싸서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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